☆시월의 어느 날에
"가진 게 없는 사람의 가을은 더 추워
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너무 짧고
살을 에는 긴 겨울이 우뚝 서 있거든"
무심하게 혼잣말처럼 던진 그 말에
내 맘도 찬바람이 가득하더라
가을은 넉넉한 아름다움을 주는데
유독 너에게 빈 마음이 느껴지는 것은
시월의 소주가 유난히 쓰다며
한입에 털어 넣는 모습이 아니라도
늘 과묵했던 너의 한마디가
가슴에 비수로 꽂혔기 때문이야
가난한 마음을 무심하게 내보이며
따뜻한 어묵 국물 앞에 두고
삶을 얘기했던 네가
다시 볼 수 없는 너무 먼 곳으로 가버린 네가
문득문득 생각나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네가
이 계절엔 더욱 보고 싶다
이 멋진 시월이
너에게는 아픔이었고
내려앉은 어깨의 짐이었고 걱정이었지
다시 올 거 같지 않던
아픈 시월이 또 이렇게 저물어간다
그리움을 안긴 채
너와 마주 보고
소주 한잔하고 싶다
툭툭 내던진 속내 들어주고
꼭꼭 감췄던 속내 보여주며...
-조미하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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